선천성 소아마비를 앓은 지체장애인 제품쟁이 가수 조재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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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천성 소아마비를 앓은 지체장애인 제품쟁이 가수 조재민.
  • 문순옥 기자
  • 승인 2020.12.14 08: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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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에 좌절하지 않고 하나의 멋진 작품으로 만들겠다”
조재민씨는 “앞으로 내 인생도 하나의 멋진 작품으로 탄생시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해....
지체장애인 제품쟁이 가수 조재민.
지체장애인 제품쟁이 가수 조재민.

선천성 소아마비를 앓은 지체장애인 제품쟁이 가수 조재민. 우선 외부적인 조건으로만 봐도 그의 남다른 인생이 벌써 짐작된다. 건강한 사람도 삶의 길에서 이런저런 고난을 만나면 헤쳐 나가는 일이 쉽지 않은데 신체적인 불리함을 가진 사람에게는 그 고난은 곱절이 되지 않겠는가. 경제 활동은 물론이고 여타 다른 부분에서도 걸림돌이 될 것은 너무도 뻔 한일이다.

하지만 그에게 사랑하는 아내는 인생의 선물이었다. 자신을 사랑하고 안아주는 아내와 함께 하는 길은 그에게 삶의 이유이자 목적이기도 했으리라. 처가의 반대를 무릅쓰고 자신을 선택한 아내. 조재민씨는 아내랑 어머니와 함께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에서 의류 제조공장을 운영하며 열심히 살고 있다.

의류 제조일은 생산을 많이 해야 이익이 생기는 업종이다. 그에 직원들을 많이 고용해야 하는 것은 필수 불가결한 일이다. 하지만 생각만큼 운영이 녹록지 않았다. 많지 않은 일감은 직원들 인건비 챙겨주기에도 빠듯했기 때문이다.

이런 여건 속에서 그의 노동력은 더 필요했고 인건비 지출을 막기 위해서는 직원 감원만이 유일한 해결책이었다. 이런저런 자구책에도 그의 삶은 별반 나아지지 않았다. 결국 휴일도 없는 격무는 그의 삶에서 웃음까지 빼앗았다. 신은 그에게 왜 그다지도 기혹했을까. 엎친 데 덮친 격으로 40대 후반에 찾아온 뇌동맥 꽈리의 신경 외적인 병마. 이는 잘못하면 뇌졸중에 걸릴 수 있는 심각한 병증이었다. 그 후유증으로 그는 지금도 정기검사를 받으며 관리하고 있다.

조재민씨는 기계처럼 일만 한다는 자괴감에 어쩔 수 없이 술과 친하게 됐다. 하지만 다행히도 그에게는 노래가 있었다. 노래는 유일한 친구였고 위로였다. 어느 날 밤 혼자 일을 하며 흥얼거리다가 문득 “한번뿐인 삶을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되겠다. 한 번 사는 인생인데 행복하게 하고 싶은 일 하며 살자”라는 깨달음이 가슴을 쳤다.

마침 지인의 권유로 가요제에 도전했고 무대 위 그를 향해 관중들은 함성을 지르고 박수를 쳤다. 그 소리는 그의 삶을 백팔십도 바꾸는 계기가 됐다. 비로소 자신이 무얼 해야 행복한가를 깨달은 것이다.

물론 하루아침에 삶이 달라진 건 아니다. 처음에는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도 두려웠고 스스로 자격지심에 무대에 서는 것 조차 쉽지않았다. 거기에 그는 한 가정의 가장 아닌가. 가정경제를 내팽개친 채 무작정 자신의 행복만을 좇는 것도 현실적인 난관이었다. 하지만 어쩌랴. 노래에 대한 열정과 가수에의 꿈을 버릴 수 없었으니 말이다. 무엇보다 다행인 것은 그의 아내가 꿈에 도전하라는 용기를 주고 응원을 했다.

그에게 사랑하는 아내
조재민씨에게 힘을 주는 아내

아내 또한 평생 해온 의류 제조 일에 건강을 잃은 지 오래고 거기에 고지혈증과 고혈압까지 안고 있는 입장이었다. 더구나 조재민씨가 집안에서 막내인데도 시어머니까지 모시는 이중고, 아니 삼중고까지 떠안고 사는 현실이었기에 아내의 응원은 그에게 천군만마였으리라. 그는 “누구보다도 자신의 고난을 묵묵히 함께 이겨내며 곁을 지켜 준 아내에 대한 고마움을 잊을 수가 없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코로나19바이러스는 비단 자영업자 뿐 만 아니라 세계적인 경제 위기 상황을 불렀다. 조재민씨 역시 형편은 더 나빠지고 있다. 또한 자신의 유일한 희망이며 꿈이라 여기고 시작한 가수도 아직은 무명이라 수입이 변변치 않다. 하지만 그는 다부지게 말한다. “지금껏 그랬던 것처럼 의류 제조일도, 가수의 길도 포기하지 않겠다”고.

그는 스스로 제품쟁이라고 말한다. 옷을 만드는 것은 물론이고 노래를 부르는 것도 하나의 제품을 만드는 일임에 틀림없다. 그렇기에 앞으로 자신의 인생도 하나의 멋진 작품으로 탄생시킬 수 있을 것이다.

신체적인 부족함, 그리고 넉넉하지 않은 살림에도 꿈을 잃지 않고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제품쟁이 가수 조재민. 그의 앞날에 행운이 함께하기를 바라며 힘찬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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