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사우디 '역전 드라마'에 '마지막 춤' 첫 스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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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사우디 '역전 드라마'에 '마지막 춤' 첫 스텝
  • 박경호 기자
  • 승인 2022.11.23 09: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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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 "아직 경기가 남았으니 자신 있게 최선을 다하겠다
내가 메시다!/사진/홈피캡처
내가 메시다!/사진/홈피캡처

아르헨티나와 사우디아라비아의 2022 카타르 월드컵 축구 조별리그 C조 1차전이 열린 22일 오후 카타르의 루사일 스타디움에 들어서는 길은 아르헨티나의 여느 국가대표 홈 경기를 방불케 했다.

눈을 두는 곳엔 온통 하늘색과 흰색이 섞인 아르헨티나 팬들의 물결이었다. 상대 팀인 사우디아라비아나 다른 나라 국기, 유니폼도 종종 보였지만, 거의 아르헨티나 일색이었다.

경기장에 들어서서도 마찬가지였다. 이날 집계 기준 8만8천여 명이 들어찬 루사일 스타디움엔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모인 듯했지만, 전면에 펼쳐진 건 하늘색 물결이었다.

사우디아라비아 팬들도 한쪽 골대 뒤에 무리 지어 '응원단'을 이루긴 했으나 '물결' 속의 일부분이었다.

대체로 아르헨티나 팬들이 바탕을 이루고 중간에 삼삼오오 사우디아라비아 팬들이 듬성듬성 보이는 정도였다.

경기 전부터 낙승을 예감하며 축제 분위기를 내는 아르헨티나 팬들이 기다린 건 리오넬 메시(35·파리 생제르맹)였다.

앞선 네 차례 월드컵에 출전해 준우승(2014 브라질 대회)이 최고 성적인 메시는 이번을 '마지막'이라고 공언한 터였다.

"아마도 내 마지막 월드컵, 위대한 꿈을 이룰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 것"이라고 우승 의지를 밝힌 메시가 장내에 소개될 때 이미 팬들의 함성은 최고조에 달했다.

세상을 떠난 아르헨티나 축구의 '전설' 디에고 마라도나와 메시의 사진이 함께 있는 응원 걸개도 여럿 등장해 마치 두 명의 신(神)을 모시는 '부흥회'에 온 느낌마저 들었다.

때론 미소도 보이며 여유롭게 몸을 푼 메시가 전반 10분 선제골의 주인공이 됐을 때만 해도 메시의 월드컵 드라마 '마지막 회'는 아르헨티나 팬들의 기대대로 흘러가는 듯했다.

레안드로 파레데스가 얻어낸 페널티킥을 메시는 우아하고 가볍게 왼발로 차 넣었다.

상대 골키퍼 무함마드 우와이스는 방향을 완전히 반대로 잡았고, 자신의 7번째 월드컵 본선 골을 기록한 메시는 '어퍼컷'으로 자축했다.

이 골로 그는 펠레(브라질), 우베 젤러, 미로슬라프 클로제(이상 독일),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에 이어 각기 다른 4차례 월드컵(2006, 2014, 2018, 2022년)에서 득점을 기록한 역대 5번째 선수로 이름을 남겼다.

하지만 전반 22분 필드골을 원하는 메시의 슛이 골 그물을 흔들고도 오프사이드에 걸린 건 불안한 징조의 시작이었는지 모른다.

이를 포함해 전반에만 아르헨티나의 세 차례 슛이 오프사이드에 걸려 득점이 되지 못했다.

조금은 찜찜한 한 골 차 리드가 유지된 채 시작한 후반전엔 메시와 아르헨티나 팬들이 원치 않았던 '반전 드라마'가 기다리고 있었다.

동점골 넣고 세리머니하는 살리흐 샤흐리
동점골 넣고 세리머니하는 살리흐 샤흐리

후반 시작 3분 만에 사우디아라비아 살리흐 샤흐리의 동점 골이 터지고, 5분 뒤엔 살림 다우사리가 역전 골까지 나온 것이다.

순식간에 끌려다니는 팀이 된 아르헨티나와 메시는 점차 조급해졌다.

그의 선방에 사우디아라비아 선수들의 투지도 불타올라 강한 압박과 '육탄 방어'가 이어졌고, 메시와 아르헨티나 동료들은 좀처럼 예리한 모습을 보이지 못한 채 시간은 흘렀으며 대부분 일어선 채로 응원하던 아르헨티나 응원단은 그대로 침묵에 빠져 점차 굳어졌고, 14분에 가까운 후반 추가 시간이 모두 흐르고도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한참 뒤에야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 등장한 메시는 "첫 경기에서 승점 3을 따 남은 경기를 편하게 하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 아쉽다"고 곱씹었다.

머리 움켜쥔 메시
머리 움켜쥔 메시

그는 아르헨티나 언론과의 인터뷰에선 "선수들이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상황이고, 이렇게 큰 타격을 입은 건 오랜만이다. 이런 시작은 예상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메시는 "아직 경기가 남았으니 자신 있게 최선을 다하겠다. 이런 패배는 축구에선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며 반등을 다짐했다. "결과에 상처를 받았고, 매우 쓰지만, 다음 두 경기를 위해 나아갈 거다. 우리가 얼마나 강한지 보여주기 위해 어느 때보다 뭉쳐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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