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으로 훨링 오지로 가는 길, 산막이옛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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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으로 훨링 오지로 가는 길, 산막이옛길
  • 임석순 기자
  • 승인 2019.05.16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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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0~60년대만 해도 공무원의 필수 견학코스 -

칠성면소재지에서 속리산 자락 속내로 깊숙이 들어가면 세월의 때가 잔뜩 묻어 있는 괴산수력발전소를 만나게 된다. 지금이야 작고 볼품없지만 괴산수력발전소는 1957년 국내 기술진에 의해 완공된 최초의 수력발전소다. 그렇기에 50~60년대만 해도 공무원의 필수 견학코스였다.

발전소가 들어서고 호수가 조성되는 바람에 마을 안쪽은 섬 아닌 섬으로 바뀌게 되었다. 속리산에서 발원한 물이 청천계곡을 따라 흘러, 괴산호는 욕조처럼 넉넉한 물을 받아들였다. 호수 옆구리 벼랑을 따라가는 길이 산막이 옛길이다. 사은리 사람들이 세상과 단절되지 않기 위한 생존의 길이다.

괴산 산막이옛길의 소나무 출렁다리.

주차장에서 차를 대고 ‘S’자로 휘어진 길을 걸으며 향기 그윽한 사과밭을 만난다. 좀 더 걸으면 참나무 두 그루가 ‘H’자로 붙어있는 연리지가 나온다. 나무 아래서 기도하면 아들을 낳고, 부부싸움을 하고 나면 화해한다고 한다. 남녀가 뜨거운 사랑을 나누고 있는 정사목도 신비함을 더해준다.

다시 솔향에 취해 걷다 보면 아이들이 좋아하는 소나무 출렁다리가 나온다. 삼림욕을 즐길 수 있는 명소다. 산막이옛길은 산이 물을 가로막았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호수를 감싸고 있는 노적봉, 옥녀봉, 군자산이 아버지의 어깨처럼 든든하다.

호수 아래는 연화구곡이 있었다고 한다. 계곡에 발 담그며 풍류를 즐겼던 옛 선비들을 상상해본다. 우암 송시열은 이곳을 9번이나 찾았지만 훗날 물이 찰 지형이라 여겨 상류인 화양동에 정착했다고 하니 그의 예지력이 놀라울 따름이다.

산막이옛길 전망대.

옛길은 느릿느릿 걸어야 제 맛이 난다. 노루가 물을 마셨다는 노루샘이 보이고, 금방이라도 하늘을 날 것 같은 매바위는 날렵한 몸매를 자랑한다. 산막이 옛길은 자연의 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해 바위와 나무 등을 그대로 살린 것이 특징이다.

 

괴음정은 느티나무 위에 전망대를 만들어 놓아 동화 속에 나오는 집처럼 보인다. 고공전망대는 바닥을 투명 아크릴판으로 깔아놓아 놓아 호수 위에 둥둥 떠 있는 기분이 든다. 다래숲 동굴을 지나면 어느덧 숲길이 끝나게 된다. 저 멀리 세월의 때가 잔뜩 묻은 집들이 아른거린다. 바로 오지마을인 사은리다.

 

200살은 족히 되었을 느티나무 아래에 선착장이 있으며 그 옆에서는 강태공이 한가로이 낚시를 즐기고 있다. 마을 끝자락에 노수신 적거지가 자리하고 있다. 이 경치 좋은 곳으로 귀양을 왔다고 하니 안타깝기보다는 솔직히 부럽다는 생각이 더 든다. 옛길로 되돌아가도 좋지만 유람선을 타면 병풍처럼 둘러싼 산세를 감상하며 선상 유람을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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