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앞두고 모처럼 북적인 전통시장…"값싸고 정 느낄 수 있어서 좋죠"
상태바
설 연휴 앞두고 모처럼 북적인 전통시장…"값싸고 정 느낄 수 있어서 좋죠"
  • 김일복 기자
  • 승인 2020.01.26 10: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상인들 "전통시장, 도와달라는 말 대신 경쟁력 갖추어야"
"정량이 400g인데 조금 더 드릴게요. 어머님은 우리 단골이시니까."
자양동 전통시장
무게를 재던 상인이 굴 한 주먹을 비닐봉지에 더 담았다. 멀뚱히 지켜보던 손님의 얼굴에는 기분 좋은 주름이 생겼다. 사고파는 사람, 이를 지켜보던 다른 사람의 입꼬리도 슬며시 올라갔다.
 
지난 23일 서울 자양 전통시장은 설 연휴를 앞두고 사람들이 거리를 가득 메웠다. 차례상을 차리기 위해, 가족들을 먹일 음식을 준비하기 위해 사람들은 분주하게 눈과 손을 이곳저곳 움직였다. 대형마트에 밀려 전통시장의 위기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활기찬 모습이었다.
 
자양동 전통시장
 
전통시장이 대형마트에 비해 접근성이나 편리성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도 전통시장을 찾는 이유는 '가격' 때문이다. 서울시 농수산 식품 공사가 전통시장 50곳, 대형마트 25곳을 대상으로 설 차례상 차림 비용을 조사한 결과, 6~7인 가족 기준 구매 비용은 전통시장이 평균 18만7718원, 대형마트는 평균 22만559원으로 전통시장이 15% 더 저렴했다고 밝혔다.
 
이날 자양 전통시장에서 만난 주부는 "옛날에 비 하면 가족이 줄어 차례상 규모도 작아졌고, 해 먹는 음식량도 줄었다"며 "사야 할 재료도 적어지다 보니 마트보다는 전통시장을 찾는다"고 말했다. 양이 적다면 전통시장이 더 저렴하게 필요한 것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전통시장을 찾는 사람들의 특성도 무시할 수 없다. 대개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의 연령층은 50~70대. 다른 연령층에 비해 현금 사용 비율이 높고, 전통시장은 대형마트보다 현금을 주고받는 일이 잦다. 게다가, 전통시장은 지금도 현금을 낼 경우 1000원, 2000원을 깎아주는 관습이 남아있다. 중장년층이 전통시장을 찾는 이유 중 하나다.
 
물론 불편한 점도 있다. 매대와 매대 사이에 난 길로 오토바이가 물건을 구경하는 손님들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지나가고, 자동차가 뿜어내는 매연이 눈살을 찌푸리게 할 때도 있다. 쓰레기 버릴 곳이 마땅치 않고, 이따금 길거리에 버려진 쓰레기가 발이 치이기도 한다. 그러나 상인들도 변화하는 현실에 발맞추기 위해 힘쓰고 있었다.
 
오프라인에서 4만~5만 원어치만 사도 집으로 배달을 해준다. 기사이미지 시진

또 다른 상인은 손님이 늘었다고 마음을 놓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제 경쟁 상대는 오프라인 대형마트가 아니라 온라인 쇼핑몰이라는 것. 지난해 이마트는 2분기에 창사 이래 최초로 분기 적자를 기록했고, "대형마트는 오프라인에서 4만~5만 원어치만 사도 집으로 배달을 해준다.

그리고 젊은 층은 인터넷으로 집 앞까지 배송해서 장을 보는 시대인데 명절에 사람 많다고 안심해서는 안 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전통시장도 '찾아와달라' '도와달라'라고 호소하기보다는 이제는 오고 싶은 장소로 만들어야 하지 않겠냐"라고 지적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