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세계 섬문화다양성 포럼’ 다시 고래를 기다리는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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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세계 섬문화다양성 포럼’ 다시 고래를 기다리는 까닭
  • 김우진 기자
  • 승인 2022.12.14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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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여러 섬과 섬사람들의 고유하고 다양한 문화와 지혜를 알리고, 연대로 나아가는 장
여는 굿-이윽고 바다
여는 굿-이윽고 바다

전남 신안군 자은도에서 12.8~9일 일정으로 펼쳐진 ‘2022 세계 섬문화다양성 포럼’이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이번 행사는 신안군(군수 박우량), 태평양관광기구(한국지사장 박재아), 국회 섬발전연구회(대표의원 서삼석)가 개최했다. 

이번 포럼은 세계 여러 섬과 섬사람들의 고유하고 다양한 문화와 지혜를 알리고, 연대로 나아가는 장이었다.

포럼에 모인 스페인, 사모아, 인도네시아, 그리스 마셜제도 등의 섬 사람들은 신안군민과 어울리며 다양한 섬 이야기들을 쏟아냈다.

섬의 다양한 문화만큼이나 풍성하게 오갔던 포럼의 이야기들 가운데 참가자들의 이목을 끌었던 것들을 간추려 소개한다.

지금은 사라진 고래가 다시 돌아와 신안의 푸른 바다를 헤엄치기를 염원하는 신안 사람들의 바람을 포럼 조직위가 로고에 담았다. 과거 신안의 흑산도 인근에 고래가 살았는데, 일제의 남획으로 고래의 씨가 말랐다고 한다. 지구의 1/3을 차지하고 고래의 집인 태평양, 이 바다를 매일 마주한 신안 사람들은 떠나보낸 고래를 그리워하고 있다고. 이번 포럼도 섬의 보물을 떠올리게 하는 고래가 돌아오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에서 출발했다고 포럼 조직위는 전했다.

포럼 강연 ‘섬문화 다양성’ 섹션에서 ‘우리는 어쩌면 한 가족이었을지 모른다’를 제목으로 사례발표를 한 제리 브런트 소포이툴랑이 브런트(Jerry James Soipoitulagi Brunt) 주 사모아 대한민국 명예영사. 그의 한국 이름은 ‘김수남 주니어’다. 그는 부산의 작은 어촌 출신인 아버지의 이름에서 자기 이름을 따왔다고. 세상에 한국인 영주권자가 단 한 명도 없는 나라는 아마도 사모아뿐이지 않을까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트리-히타-카라나(Tri Hita Karana)’를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여행이 있다면 한번 만나볼래요?” 구스데 나마루파 발리 바둥 주 관광청장의 제안이다. 그는 트리-히타-카라나는 ‘행복과 풍요는 신-사람-자연이 균형을 찾을 때 주어진다’는 뜻이고, 발리 사람들은 이 말로 생각하고, 행위하고, 관계를 맺는다고 설명했다. 발리 정부는 여기서 출발해서 봉카사(Bongkasa Pertiwi), 상해(Sangeh), 멍위(Mengwi), 짜낭사리(Carangsari), 빵산(Pangson) 마을에 ‘마을기반관광 프로그램을 마련했다고 소개했다.

‘속절없이 그리운 날에는 섬으로 갔다.’는 강제윤 시인은, “우리는 섬에 대해 너무 무지하다”라며 “섬을 자세히 공부하면 해양과 섬에 대한 새로운 세계가 열리고, 자연스럽게 섬에 대한 편견도 극복될 수 있다.”라고 말한다. 시인은 포럼에서 ‘섬이 문화다양성의 보물창고’라고 강조했다. 신안과 한국 섬의 보물로 ‘돌담’ ‘전통 연희’ ‘수호신’ ‘음식문화’ 등을 꼽고 세계인에게 그 매력을 어필했다.

포럼 첫날 저녁만찬은 신안군의 신선하고 특별한 농수산물로 차려졌다. 세계에서 온 참가자들은 총 7개로 구성된 코스요리를 맛보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음식 식재료로는 신안의 물김, 생굴, 양파, 왕새우, 문어, 섬초, 무화과 등이 쓰였다. ‘물김 살사의 생굴 세비체’ ‘자은도 양파 드레싱을 곁들인 신안 왕새우와 문어 냉채’ ‘섬초 해산물 잡채와 4찬 진지’ ‘말린 무화과 요거트와 녹차 티라미슈’ 등이 대표요리.

만찬에 이어 진행된 ‘세계 섬문화다양성 공연’이 포럼 첫째 날의 대미를 장식했다. 공연의 문은 이당금 무녀와 오새희 무희 등이 열었다. 이들은 굿을 현대적으로 표현한 ‘이윽고 바다’를 선보이며 인간과 자연의 생물들이 한데 어우러져 살아가는 생명의 바다로 회귀하자고 기원했다.

구스데 나마루파 발리 바둥 주 관광청장은, 준비해온 발리 전통의상을 차려입고 자기 섬 전통춤 한 대목을 선보였다. 황금색 가면과 망토를 차려입고 추는 그의 강렬한 춤은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정표 가야금 싱어송라이터는 국악·재즈·가요·성악 등이 섞인 일제강점기 시대 창법으로 ‘동백아가씨’ ‘목포의 눈물’ 등을 불러 관객들이 애수에 젖게 했다. 관객의 앵콜 요청에 이정표 가수는 나마루파 청장과 인도네시아 전통음악인 ‘Bengawan Solo’를 합창하기도.

포럼 행사장 옆 공간은 초청국가와 단체들의 다양한 전시로 채워졌다. 태평양관광기구 부스에는 카누와 칼림바, 직기 등이 전시됐다. 일상생활예술공방의 송준권 작가는 카누와 칼림바를 만든 이유를 묻자 “(시장에) 쓸만한 게 없어서 직접 제작하게 됐다.”라고 전했다.

아프리카 손피아노로 불리는 칼림바는 성인 손바닥 크기의 나무판이나 상자에 금속막대를 붙여 엄지손톱으로 튕기는 방식으로 연주하는 악기. 오르골같이 맑고 투명한 소리를 내던 칼림바를 카누 선미에 붙이고 송 작가가 연주를 시작하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카누가 칼림바의 진통을 그대로 받아 소리를 증폭해내기 시작한 것. 순간 전시장은 콘트라베이스보다 더 깊고 중후한 소리로 가득찬 콘서트홀로 바뀌었다.

김성인 제주대 교수는 둘째 날 워크샵에서 2013~2018년 주피지 한국대사로 일했던 경험을 들려줬다. 서먹했던 한국과 피지의 관계를 개선하려 동분서주했던 노력이었다. 피지인들에게 친근한 한국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 김 교수가 계획한 핵심 사업은 ‘이사레이 프로젝트’로 불린 가수 윤형주 피지 초청사업이었다고.

가수 윤형주 씨는 중학교 시절부터 좋아하던 섬나라 민요가 있었고, 나중에 ‘우리들의 이야기’로 번안해 부를 정도였다고 한다. 이 민요가 바로 피지의 ‘이사레이(Isa Lei)’라는 곡이었던 것. 어려움을 뚫고 진행된 가수 윤형주 씨의 피지 공연은 현지인들의 커다란 호응 속에서 열렸고, 양국 국민이 어깨동무를 한 채 ‘이사레이’를 열창하며 마무리됐다고. 김 교수는 그때를 회상하며 당시의 공연과 다양한 교류가 양국관계를 급진전하는데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산다이’는 신안 섬주민들이 해안이나 들판에서 한데 어울려 즐기는 공동체 문화로 섬마을‘축제’의 원형. ‘우실’은 겨울에 북쪽에서 불어오는 찬 바람, 외부에서 오는 질병과 액운을 차단해주는 섬마을의 울타리. ‘건정’은 과거 냉장 보관 시설이 마땅치 않았던 섬에서 천일염으로 염장해 긴 장대 위에 매달아 두고 40일 이상 자연 바람에 말린 생선. 포럼 자료집에는 이 세 단어를 포함한 20개의 신안 섬말이 실려 세계 섬사람들의 이해와 소통을 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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