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전 정기옥 선생, 사경(寫經)전문가로 60년 넘은 세월 붓, 종이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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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전 정기옥 선생, 사경(寫經)전문가로 60년 넘은 세월 붓, 종이와 함께…
  • 김성진 기자
  • 승인 2021.08.23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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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전 정기옥 선생, 사경(寫經)전문가로 60년 넘은 세월 붓,
송전 정기옥 선생, 사경(寫經)전문가로 60년 넘은 세월 붓,

흔히 ‘인생은 밥만 먹고 살 수 없다’라는 말을 자주한다. 이는 사람이 한평생 살아가는 데 물리적인 배를 채우는 것 이외의 정신적인 포만감이 필요하다는 말일 것이다.

어느 한 시절 남다른 재능을 인정받고 칭찬 받은 일이 평생 업이 되는 것을 자주 확인한다. 올해 77세인 송전 정기옥 선생에게 글씨란 바로 자신의 정신의 밥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서예 시간에 칭찬을 받고 교실이나 교무실에 작품이 전시되는 것이 출발이 되어 본격적인 붓글씨에 입문했다고 하니 어언 60년 넘은 세월을 붓과 종이와 함께 했다.

그중 단순히 먹을 사용해 글씨를 쓰는 서예를 넘어 금가루, 은가루라는 특수한 재료를, 아교풀에 개어 글씨를 쓰는 사경 부문에 독보적인 존재 송전 정기옥 선생의 예술 세계를 들여다본다. 

오늘도 행복한 위해 노력해준 송전 정기옥 선생의 든든 한  동반자.
오늘도 행복을 위해 노력해준 송전 정기옥 선생의 든든 한  동반자 남편과 함께.

Q. 붓과 친해지게 된 동기는 무엇인가?

무남독녀로 태어나 일찍 아버지를 여의었다. 이후 어머니의 개가로 홀로나 다름없는 인생에 붓글씨는 인생의 버팀목이자 의지 처였다.

의상실을 경영하면서 자주 다니던 사찰에서 한 역학자로부터 스님이나 역학자의 길을 인도받았지만 거부했고 우연히 마주한 사경에 마음이 꽂혀 그 길로 들어섰으니 그게 바로 수행자의 길이었다. 스승 김시운 선생에게 한 달에 2~3번의 사사를 위해 많은 시간적, 금전적인 투자를 하며 매진했다.

평소 운동을 좋아하는 활달한 성격이었지만 글씨를 쓰는 순간만큼은 마음이 차분해지고 즐거웠다. 한글과 한문 어느 한 분야가 아닌 양 분야, 특히 한문은 5체, 7체를 두루 섭렵했으며 거기에 한국화도 자연스럽게 배우게 됐다. 

Q. 사경이란 무엇인가? 구체적인 설명을 부탁한다. 

사경은 불교 경전을 손으로 베껴 쓰는 것을 말한다. 보통 금사경과 은사경으로 나뉘는데 금가루 은가루를 아교풀에 섞은 것을 재료로 쓴다. 고려시대부터 사경이 성행하였고 금사경원과 은사경원이 운영됐다.

하지만 금이나 은을 재료로 사용하고 종이 또한 특수했기에 기초 비용이 많이 들어간 고급 분야라는 인식이 깊었다. 주로 귀족들에게 상용됐으며 작품은 주로 궁궐이나 고관대작에게 팔렸고 서민에게는 그림의 떡이나 마찬가지였다.

이에 조선시대부터 점차 사양길로 접어들었다. 아마도 재료가 금이나 은이었기에 가격도 비싸고 사치나 낭비로 여겨진 이유도 있었겠지만 무엇보다 유교를 숭배했던 시대였기에 불교 경전을 쓰는 일이 허락되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이유였을 것이다. 지금은 순금이 아닌, 18K를 사용할 수 있으니 비용 면에서 많이 수월해졌다고 할 수 있다. 

Q. 지금까지 활동 경력을 소개한다면.

반야심경이나 금강경, 묘법 연화강 등 많은 경전을 작품화해서 출품하면서 이곳저곳에서 수상을 휩쓸었다. 이에 해마다 꾸준히 전시회를 하며 사경에 대해 알리미 역할을 하면서 관객의 시선을 끌었다.

사경 전공자가 많지 않다는 희소성이 사람들로 하여금 관심을 갖고 흥미를 주는 큰 역할을 한 것 같다. 또한 보은군에서 해마다 10월 16일부터 26일까지 전시회를 열어 주었는데 작년부터 코로나19로 인해 중단됐다. 그 외에도 강사초청이 많아 강의를 하면서 사경을 보급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특히 보은 복지관에서 매주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10년 넘게 강의하면서 사경을 알리고 있다. 

Q. 앞으로 활동 계획은? 

지금까지 완성한 작품을 모아 온전한 개인 전시회를 하고 싶다. 60년 넘은 시간을 할애했지만 여전히 부족함을 느껴 초서는 아직도 배우는 중이다. 이에 시간과 공간에 상관없이 언제든지 건강이 허락하는 한 작품 활동은 계속할 것이다.

올 초 어깨 회전근 수술을 하면서 약 10개월을 쉬었는데 글씨를 쓰지 않는 내 인생은 상상할 수 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생명이 붙어 있는 한 글씨와 그림은 나의 평생 동반자로 삼을 것이다.

그리고 법화경을 완성하는 것이 목표이자 꿈이다. 법화경은 7만자 정도 되는 방대한 분량이다. 그동안 금강경이나 묘법연화경은 수차례 완성했지만 법화경은 아직 시도하지 못했다. 법화경을 두루말이로 완성하여 내가 이 세상에 존재했다는 흔적으로 남기고 싶다. 

Q. 사경을 통해 세상에 전하는 메시지가 있다면.

사경을 가르치는 스승이나 학원이 없다는 것이 안타깝다. 그래서 어느 분야보다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이 분야의 계승을 위해서 젊은 사람들의 관심과 도전이 필요한데 배우고자 하는 연령이 대부분 중장년층이다.

사경의 세계는 너무나 고통스럽고 방대하지만 배우고자 하는 젊은이가 있다면 언제든지 전수해주고 싶다. 어려운 분야지만 젊은 사람들의 관심과 전수로 반드시 이어나갈 가치가 있는 분야다. 

Q. 끝으로 자신의 경력을 소개한다면. 

지금까지 단체전 200회를 비롯하여 개인전 16회, 해외전도 50여 차례나 가졌다. 또한 KBS, MBC 등 국내 방송에 출연하였고 세계불교평화대상(2019년), 한국을 빛낸 문화예술발전대상(2017년), 보은군민대상(2014), 문화부장관상(2008) 등 다수의 수상 경력이 있다. 그밖에 대한민국 미술대전에 서예와 한국화부문에 다수 출품했으며 전국 유명 서화대전에서 왕성한 활동을 했다. 이밖에 한국미협, 한국미술총연합회 회원으로 활동 중이며 현재 충북 보은군에서 송전미술관 사경연구실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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